개미와 베짱이 재해석 책 속 한 문 장

「개미와 베짱이」란 우화가 있다. 여름에 개미는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일하고, 베짱이는 '띵가띵가' 노래하며 놀았는데, 겨울이 오자 개미는 난방 잘 되는 집에서 여름철 일하며 모아 놓은 먹이를 먹으며 행복해 하고, 베짱이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왕고생하다 개미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이 우화의 메시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축북받고, 희희낙락 놀면 인생 망가진다.'

이 「개미와 베짱이」우화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지금은 잘 나가는 기업의 회장이 되었다는「성공시대」류의 TV 프로그램들이 그런 예일 것이다. 하지만 한 기업을 움직일 정도로 성공했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부정한 개미'였거나 상당히 '운 좋은 개미'였을 확률이 높다. 폐지를 모으거나 삯바느질을 해서 모은 수십 억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의 경우에도 상당한 운이 따랐을 것이다. 한 아름다운 인간이 수십 억의 장학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한 근면한 인간이 폐지를 모으거나 바느질을 해서 수십 억의 돈을 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어딘가 사둔 땅이 부동산 붐을 타고 수십 억으로 둔갑했거나 누군가의 권유로 사둔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치는 기적이 일어났을 것이다.

TV에 출연하지 않는 개미들, 즉 기적을 체험 못한 대부분의 개미들은 불행히도 우화 속 주인공과는 매우 다르다. 그들은 우화 속 개미와 똑같은 여름을 보내지만 똑같은 겨울을 맞이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면 개미와 베짱이 운명이 뒤바뀐 예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름철에 너무 많이 일한 개미는 겨우내 디스크에 걸려 누워 있고 보험 혜택도 못 받아 병원비 걱정으로 날을 세는데, 베짱이는 최신곡이 떠서 소위 잘 나가는 스타가 된다. 우화와는 달리 겨울철에 바깥에서 눈을 맞는 건 베짱이의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숙도 불사하는 개미들이다. 게다가 일부 개미들은 경체 침체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남은 개미들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지만 할 줄 아는 게 자기가 했던 일밖에 없는지라 참으로 막막할 뿐이다. 열심히 일만 하느라 예술적 감성도 기를  틈이 없어, 좋은 그림을 봐도 그것이 왜 좋은지 알지 못하고, 훌륭한 음악을 들어도 그것이 왜 훌륭한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미들 노동의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많은 노동이 더 큰 부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굳이 사회가 나서서 떠들 필요가 있을까. 괜히 숭고함을 이야기하는 걸로 노동의 수고로움에 대한 지불을 대신하고,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를 심어주면서 현재의 삶을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미도 슬슬 사태를 바로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노동을 찬미하는 사회'에서 왜 그들이 그토록 '망가졌는지'.

참고로 개미를 연구한 생물학자에 따르면, 개미들 중 직접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은 3분의 1정도이고, 나머지 3분의 2는 위기 관리를 위한 예비자원이라고 한다. 또 하루 중 개미의 노동시간은 4시간 정도로 인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베짱이는 원래부터 겨울 이전에 생을 마감하는 곤충으로, 수컷은 여름에 열심히 노래를 불러 암컷을 유혹하고 짝짓기에 성공해야 자손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고병권,「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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