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야? 책 속 한 문 장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상사에게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지금 어디야?"라고 한다. 휴대폰이 상용화되고 난 후, 무방비 상태에서 업무 지시를 받게 되니, 항시 감시를 받고 있다는 긴장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발신자 표시가 생긴 후에는, 일 대 일 대치상태로 공격을 당하는 것 같은 일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털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지금 어디야?"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이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들에게 "지금 어디야?"라는 질문은 친밀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상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일상적 행동인 것이다. 그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뿐인데 남성들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부터 느끼게 되니 이것이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사실 돌이켜보면 문제의 근원은 꽤나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숨바꼭질 놀이를 생각해보자. 숨어 있는 사람을 찾는 이 놀이의 묘미는 결국 누군가 나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 그러니 너무 어려운 곳에 숨어서도 안 된다. 찾다가 지친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는 무의식의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가 친밀한 관계를 맺을 때 재등장하게 된다. 혹시 상대방이 나를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고 반복해서 위로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멀리 숨은 아이가 "이제 찾아도 돼."라고 소리를 질러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사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도 이런 과정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신뢰를 문제는 자주 급유를 해줘야 하는 인간관계의 필수 연료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괜히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지금 어디야?"라는 말에는 발달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두가지 기제가 스며 있다. 한쪽은 둘의 신뢰를 확인하고 거리를 좁히기 위한 욕구를 지니고 있고, 다른 쪽은 호기심을 통제받고 감시당할 때 가졌던 반발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속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 어디야?"라는 말을 무심코 하고, 또 듣게 될 때 생기는 예상 못한 긴장감을 좀 더 담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현,「당신의 속마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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